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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심리치유 상담 '블라인드 마음보듬'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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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60회 작성일 20-10-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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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심리치유 상담 '블라인드 마음보듬'을 아시나요"

     

시각장애인 장점 활용…'중증장애인 고용모델 사업' 지정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어둠 속에 들어서니 순간 어지러웠다. 눈을 떴지만, 여전히 암흑이었다. 어둠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조용하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자는 15일 '흰 지팡이의 날'(시각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비즈니스 공간에서 '블라인드 마음보듬' 체험에 나섰다.


마음보듬사는 처음으로 심리상담 체험에 나선 기자에게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다이어리'라는 별칭을 써요. 기자님은 망고를 좋아하신다니 '망고님'이라 부를게요. 하고픈 이야기를 편하게 하세요"라며 이야기를 유도했다.


'블라인드 마음보듬'은 어둠에 익숙하고 예민한 청각을 지닌 시각장애인들이 진행하는 어둠 속 심리상담 서비스다. 서울대생들로 구성된 '봄그늘 협동조합(봄그늘)'에서 2018년 시각장애인 특화직업으로 개발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발표한 '2016 시각장애인 고용확대 방안 연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고용률은 42.6%다. 이 중 중증 시각장애인의 고용률은 19.1%에 불과하며, 대부분 헬스키퍼(안마사)로 종사해 직업선택권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봄그늘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마음보듬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제공하는 한편,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도록 하면 조금이나마 마음의 치유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블라인드 마음보듬은 모든 빛이 차단된 방 안에서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와 단둘이 진행되며,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 안에서는 별칭만을 사용한다.


기자와 어둠 속 대화를 나눈 '다이어리님'은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지닌 A(37) 씨. 헬스키퍼로 일하던 A씨는 올해 4월 봄그늘과 만나며 '상담'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를 뽑는다는 공지를 접했을 때 너무 반가웠다"며 "선천성 장애가 있어 도움받고 배려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고 밝혔다.


조은기(24·서울대 불어교육과) 봄그늘 대표는 "많은 시각장애인이 동료 지지 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상담역량에 주목하게 됐다"며 "어둠이 주는 익명성은 신원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길 바라는 고객들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올해 4월에는 이 서비스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확산사업'에 지정돼, A씨를 비롯한 마음보듬사들은 꾸준히 상담교육을 받는 등 직업 역량을 기르고 있다.


현재 봄그늘과 함께하는 시각장애인은 10명. 이들 중 9명은 중증장애인이다.


'흰 지팡이의 날'을 앞두고 봄그늘 팀원들과 시각장애인 A씨와 그들 곁에 선 봄그늘 팀원들이 바라는 점은 단 한 가지, "장애인들이 분리된 삶을 살지 않는 것"이다.


A씨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날이 특별한 날로 지정될 필요가 없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도 "시각장애인들은 단순히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viva5@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10/12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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